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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마인드 - 감사와 오픈

by 바이부다 2024. 1. 28.

자영업을 하면서 느꼈던 감정들을 적는다. 이 초보다운 생각이 다음 사업에 밑거름이 되기를.

 

3. 감사

 

다른 사장님들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나는 배달기사분들에게 항상 고개 숙여 인사한다. 기사님들 덕분에 내가 배달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있어서 감사하기 때문이다. 물론 배달 수수료는 많이 나간다. 하지만 이왕 함께 일해야 하는 관계라면 나는 배달기사님들을 몸값 비싼 직원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매장 문 옆에는 기사님들이 자유롭게 드시라고 요쿠르트를 갖다 놓았다. 인사만 하기 보다는 물질적인 것으로도 감사를 표현하고 싶었다. 처음에는 요쿠르트를 일일이 가져다 드렸는데, 바쁘신 기사님도 계셔서 그냥 편하게 가져가시라고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요쿠르트를 테이블 위에 올려 놓는 행위는 나에게는 그 자체로 감사를 표현하는 것이다. 요쿠르트는 나에게 감사를 상징한다. 그래서 요쿠르트를 볼 때마다 마음이 밝아지는 것을 느낀다. 요쿠르트 다 나가서 없으면 허전함이 생겨서 바로 마트로 가서 채워넣는다. 그만큼 작은 요쿠르트가 내 마음을 채워주는 중요한 존재가 되었다. 

 

이렇게 나는 감사를 늘 표현하려고 한다. 매출 때문이 아니다. 배달기사님에게 감사를 표현한다고 배달이 많이 들어오는 건 아니다. 하지만 난 그저 좋은 마음을 유지하고 그것을 표현하고 싶었다. 매장을 운영하면서 그런 마음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능적으로 느꼈고 그래서 매장을 열 때부터 기사님에게 무언가를 드리고자 했다. 덕분에 실제로 나는 좋은 마음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나 자신이 누군가에게 감사를 표현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게 내 마음을 충만하게 한다. 

 

어느 날, 어느 기사님이 "수고하세요. 많이 파시구요." 라고 인사하고 가셨다. 나는 식당을 시작한 이후에 많이 팔라는 말을 처음 들었고, 그래서 감동을 받았다. 그 기사님은 그냥 형식상 한 말이겠지만, 나에겐 감동이었다. 그래서 더욱 고개 숙여 감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형식적인 인사일지라도 그것을 받는 사람에게는 힘이 될 수 있으니까.

 

감사는 형식적인 것이라도 힘을 갖는다. 진심이라면 그 힘이 얼마나 클까. 다시 한번 감사의 힘을 깨닫는다. 자기계발서에서는 감사를 해야 감사할 일이 많아진다며, 감사하라고 말하지만 그건 감사를 수단으로 이용할 뿐이다. 감사는 그 자체로 마음을 채워준다. 목적 없는 감사가 진짜 감사다.

 

 


4. 오픈 준비

 

백종원 선생님이 쓰 책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장사하는 사람은 식당에서 재미를 찾아야 한다고. 장사를 하면서 정말 공감하고 있다. 왜냐하면 첫째, 온종일 식당에만 있으니 재미를 딴 데서 찾기가 쉽지 않다. 둘째, 매일 같은 일을 하다보니 지루함을 줄이려고 나도 모르게 일 안에서 재미를 찾게 된다. (혼자 일하다보니 그런 걸 수 있다. 같이 일하더라도 재미를 찾아야 하는 것은 마찬가진다. 심지어 같이 일하면 함께 하는 재미까지 찾아야 하는 부담감도 생긴다.)


내가 찾은 재미 중 가장 재미있는 일은 '오픈 준비'이다. 이것은 재미를 넘어서는 의미 있는 일이기도 하다. 나는 오픈 1시간 전에 식당에 도착한다. 전날 어느 정도 준비를 해놓고 퇴근하기 때문에 꼭 1시간 전에 올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일찍 출근해서 여유롭게 준비하고 싶어서 1시간 일찍 온다. 출근하고 기자재를 준비하고 떨어진 재료가 있으면 채워넣는다. 간혹 어제 저녁에 놓치고 준비 못한 재료가 있을 때도 있는데, 나는 충분히 여유 시간을 두고 출근한 것이니 여유를 부리며 그 재료를 준비한다.

 

이렇게 찬찬히 여유롭게 오픈을 준비하면 얼추 1시간이 지난다. 그렇게 나는 여유 있게 오픈을 맞이한다. 이 1시간 동안의 과정은 성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나 혼자 가게에서 조용히 오늘 하루를 준비하는 행위에서 깊은 몰입감과 성취감을 느낀다. 오픈을 준비하는 1시간은 내가 가게에 대한 자부심과 책임감을 준다. 그것을 몸을 움직이면서 느끼고 몸 안에 새겨넣는다.

 

마치 명상하는 것과도 같다. 음악을 틀어놓고 오픈 준비를 해본 적도 있는데, 역시나 음악을 끄고 조용히 오픈 준비를 하는 게 더 몰입감이 좋았다. 아침에 준비한 것들이 그날의 주문에 제대로 쓰일 때 작은 쾌감도 느껴진다. '내가 미리 준비한 것이 이렇게 유용하게 쓰이는구나!' 하고 말이다. 오픈 준비는 매일 하는 것이지만 지루하지가 않다. 식당 내 다른 일에 비해서 여유와 몰입이 느껴지기 때문인 것 같다. 나는 내일도 오픈을 준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