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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읽고 써야 한다 (2)

by 바이부다 2024. 1. 30.




고미숙 님의 <읽고 쓴다는 것, 그 거룩함과 통쾌함에 대하여>를 읽고 2번째 단상을 남겨본다.

 

- 웃음이야말로 삶의 척도다. 유머는 권위를 해제하고, 누구든 친구로 만들고, 가치를 창조하도록 유도한다. 즉, 유머에는 지성이 수반된다. 오직 지성의 길 위에서 길벗을 만났을 때만 농담이 터지고 유머가 폭발한다. 책이 선사하는 멋진 선물이다.

 

- 열하로 가던 여정 중 연암은 '호질'이란 작품을 열심히 베낀다. 돌아가서 친구들을 한바탕 웃게 해주고 싶어서. 


- "큰 웃음과 함께하지 않는 진리는 모두 거짓으로 간주하자." /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우리는 한 번도 축의 시대의 통찰을 벗어난 적이 없다." 고전의 바다를 유영하여 읽고 써야 한다. 고전은 존재와 세계에 대한 근원적 탐구다. 고전의 세계를 탐사하면 반드시 현자들을 만나게 된다. 동서양 지성사의 모든 영역이 현자들의 사상적 그물망 안에 있기 때문이다. 그 어떤 앎의 여정도 '축의 시대' 현자들로 이어진다. 현자들의 지혜의 파동에 접속하는 것이 읽기와 쓰기다.

 

 

- 인간은 우주의 이치 안에서 살아가는 존재이다. 우주의 이치는 생성이다. 그래서 인간은 생성의 삶을 살아야 한다. 인간에게 생성은 아이를 낳거나 무언가를 창조하는 것이다.  예술 작품을 창조할 수도 있고, 사업을 창조할 수도 있다. 많은 창조 중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읽기와 쓰기다. 읽기와 쓰기는 인간을 우주의 이치에 맞게 살도록 해준다.


- 읽기와 쓰기를 하면 자연스레 배움이 이뤄진다. 생성이라는 이치는 읽기와 쓰기로 이어지고, 읽기와 쓰기는 배움으로 이어진다.  즉, 배움은 우주의 이치와 통한다. 배우고 때로 익히면 즐겁다는 공자 님 말씀은 우주의 이치에 맞게 살면 즐겁다는 걸 나타낸다.


- 읽기와 쓰기를 하면 생각들이 연결된다. 생각들이 연결되면서 배움이 이뤄지는 것이다. 정보 습득이라는 배움은 나와 내가 모르던 분야가 연결되는 것이다. 무엇을 연결할 수 있을까? 나와 너, 세계와 세계, 신과 인간, 유와 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등.

 

- 정리해 보면, 생성이라는 우주의 이치에 맞게 살려면 인간은 창조해야 한다. 창조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는 읽기와 쓰기이다. 읽기와 쓰기를 하면 생각이 연결된다. 생각이 연결되면 배우게 된다. 그러면 무엇을 배우는가?


- 읽기와 쓰기, 그리고 배움의 궁극적인 목적은 자신에 대해 배우는 것이다. 즉, 자신을 발견하는 일이다. 자신을 발견하면 자기 다운 창조, 자기 다운 생성을 할 수 있다. 


- 읽기와 쓰기는 창조의 한 방법이기에 굳이 읽기와 쓰기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가수 싸이는 평소에 책을 읽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도 그는 자기 스타일대로 음악을 창조하고 대중을 열광시킨다. 사업을 하면서도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성공한 사람들은 일하는 게 즐겁고 일과 놀이의 구분이 없다고 하는데, 그들은 그  일(아마도 사업)을 창조의 관점으로 바라보기 때문일 것이다.


- 무엇을 읽고 쓸까? 고전을 읽어라. 현자들은 우리가 겪을 문제들의 본질과 답을 이미 아주 오래전에 고민하고 답을 내셨다. 얼마나 고마운가. 우리의 문제들은 그들이 엮어놓은 사상의 그물 안에 있다.


- 고전을 읽을 때 감탄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려니 하고 어물쩍 넘어가면 배우는 게 없다. 감탄을 잘하려면 역시 읽기와 쓰기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때는 순서를 바꿔야 한다. 고미숙 작가가 제시하는 방법은 '쓰기 위해 읽어라'이다. 


- 쓰기가 전제되지 않고  읽기만 하면, 그것은 읽기조차 소외시키는 행위다. 책을 덮고 나면 남는 게 없다. 쓰기 위해 읽으면 책이 다르게 보인다. 어렵고 두꺼운 책을 보면 경탄과 존경을 보내게 된다. 대체 이런 걸 어떻게 썼을까!


- 그리고 이런 책에 담긴 언어는 깊은 사유 산물이고 계속해서 읽다 보면 그 사유와 만나게 되리라는 믿음이 생긴다. 이런 상태로 책을 읽는 것과 그냥 읽는 것은 아예 다른 행위이다. 레벨이 다르다.


- 이렇게 책을 대하면 자연히 세계가 온통 생성과 창조의 현장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역시  읽기와 쓰기는 생성과 창조에 참여하는 최고의 길이다.

 


- '쓰기 위해 읽는 상태'를 만드는 방법 중 하나는, 읽기 전에 목차를 보면서 사유해 보는 것이다. 이 소제목에는 어떤 내용이 있을지 추측해 봐도 좋고, 그 소제목에 대해 간단히 글을 써봐도 좋다. <부자의 운>이라는 책의 첫 챕터는 '웃음'이다. 책을 읽기 전에 '웃음'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보고 읽으면 내 생각을 저자의 내용과 비교해 볼 수 있어서 재미있다. 이제는 '독후감'도 쓰고 '독전감'도 써보자.


- 배움의 궁극적인 목적은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라고 했다. 감탄하는 능력 역시 나 자신을 발견하는 길이다. 무엇에 감탄했는지, 왜 감탄했는지가 자신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내가 이 책에 감탄했기에 나는 지적 호기심이 나에게 큰 즐거움을 준다는  걸 발견했다. 앞으로 나는 지적 호기심을 결코 가벼이 여기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