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수많은 마케팅 기법을 배울 시간 따위는 없다. 나에게 딱 필요한 것만 골라서 배워야 한다. 그러려면 마케팅의 본질을 먼저 알아야 한다. 마케팅의 본질을 알면 나에게 필요한 마케팅을 찾아낼 수 있다. 책 <노자 마케팅>은 <도덕경>에서 마케팅의 본질을 뽑아내 보여준다.
1. 도덕경에 마케팅의 본질이 있다
저자 이용찬 님은 <도덕경>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가 쟁(爭)이라고 한다. 다툼, 경쟁, 싸움, 전쟁을 뜻하는 말이다. 그런데 노자는 그냥 '쟁'을 말하는 게 아니라 '부쟁(不爭)' 즉, 싸우지 않는 법을 말한다.
마케팅에서 싸우지 않는 전략은 무엇일까? 바로 '나다움 전략'이다.
"나다움의 전략이란 세상에 하나뿐인 나의 존재 이유를 찾아서 그 존재 이유로 세상과 소통하는 것입니다."
나다움은 최상위 마케팅이다. 마케팅은 원래 경쟁에서 이기려고 생겨났다. 내가 생수를 독점하면 나는 광고, 가격 같은 걸 걱정할 필요가 없다. 생수가 필요한 사람은 무조건 나한테서 살 테니까. 하지만 어느 시장이나 경쟁은 있고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선 마케팅이 필요하다. 가격을 내리거나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거나 등의 마케팅이 필요해진다.
그런데 경쟁하지 않고도 마케팅을 할 수 있다면? 이것이야 말로 최상위 마케팅 전략이다. <노자 마케팅>은 그 방법을 보여준다.
2. 두 가지 이름
나다움 전략을 쓰려면 두 가지 이름을 알아야 한다. 이름과 별명. 나의 존재 이유는 이름과 별명으로 드러난다.
'이름'은 남들이 나를 부를 때 쓰는 말이다. '별명'은 남들이 인식할 때 쓰는 말이다. '오리온 초코파이'는 이름이고, '정'은 오리온 초코파이의 별명이다.
별명이 없으면 이름이 아무리 좋아도 사람들이 기억하지 못한다. 존재감이 생기지 않는다. 별명이 있어야 사람들이 친밀하게 느끼고 오래 기억한다. 좋은 별명을 만드는 것이 좋은 마케팅이다.
"브랜드는 반드시 자기만의 별명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자신만의 존재 이유를 설명하는 별명 말입니다. 그러면 다른 기업과 싸울 필요가 없습니다."
3. 본질을 보여주는 간단한 카피라이팅
도덕경에는 '아닐 불(不)'과 '없을 무(無)'가 많이 등장한다. 이것이 노자의 어법이다. 아니다, 없다, 하지 마라, 없애라 같은 말로 본질에 다가가도록 하고 있다. 이 카피라이팅을 별명에 적용하면 된다. 이 카피라이팅은 상품의 본질을 찾는 방법이기도 하다.
- 튀기지 않은 감자칩 : 예감
- 1시간 빠른 뉴스 : SBS 8시 뉴스
이렇게 자기만의 존재 이유를 표현해 보자.
주의할 점은 경쟁자와 똑같은 관점에서 별명을 만들면 안 된다는 것. 그러면 존재 이유가 경쟁이 돼버린다. 반드시 자기만의 존재 이유에서 시작하자. 그것이 부쟁이다.
"애당초 브랜드의 존재 이유를 만들 때부터 경쟁이 아닌 부쟁을 목표로 하라는 겁니다."
"별명은 제 별명 '떡판'처럼 들으면 무엇을 얘기하는지 머릿속에서 금방 그림이 그려져야 합니다. '아 그거!' 하는 반응이 나와야 별명으로 사용할 수 있으니까요."
4. 비워야 채울 수 있다
SBS가 9시에 뉴스를 하겠다는 마음을 비우니 8시에 뉴스를 하는 새로운 먹을거리가 만들어졌다. '예감'이 감자칩을 튀기겠다는 마음을 비우니 튀기지 않은 감자칩이 만들어졌다.
이렇게 버리면 새로운 것이 만들어진다. 이것이 '유무상생'의 원리다. '유무상생'이란 있음과 없음은 함께 존재한다는 것이다.
있음만 생각해서는 계속 있음으로 경쟁하게 된다. 예를 들어, '튀겨야 한다'라는 있음만 생각하면 '경쟁자가 한 번 튀길 때 나는 세 번 튀켜야지'라는 발상만 나온다. 경쟁자가 '튀긴다'라는 있음을 가지고 있을 때 '유무상생'의 관점으로 나는 '튀기지 않는다'라는 발상을 할 수 있다. '튀기지 않는다'는 발상은 '튀긴다'라는 발상이 존재했기에 가능하다. 그래서 이 둘은 경쟁이 아니라 함께 존재하는 상생이다. 유무상생!
"기존에 있던 생각을 버려야 새로운 생각이 나옵니다. 기존의 생각에 무언가 더하고 뺀들 절대로 차별화가 안 만들어집니다."
유무상생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방법이기도 하다. 고정관념을 깬다면서 아예 이상한 걸 생각을 하지 말고, 유무상생의 관점을 가지고 고정관념과 상생해 보는 건 어떨까?
5. 도덕경의 문장들
이용찬 님은 이 책에서 문제가 있을 때마다 <도덕경>을 읽어 해답의 힌트를 찾았다고 하다. 그런 힌트는 책 한번 읽고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아는 내용도 다시 보면 새롭게 보인다. 그래서 여러분들도 여러 번 보면서 참고할 수 있도록 이용찬 님이 언급한 도덕경의 문장을 정리해 봤다.
- 도를 말할 수 있으면 진정한 도가 아니다.
- 세상 모든 만물은 이름에서부터 그 존재가 시작된다.
- 사람들이 도라고 하는 것이 도가 아니고, 이름이라고 하는 것이 이름이 아니다.
- 이 둘은 한 곳에서 나왔으나 이름이 다르다.
- 무욕으로 만물을 대하라. 그러면 묘함을 볼 것이다. (무욕은 고정관념이 없다는 의미)
- 사람들이 모두 아름다움을 안다 하고 그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살아가지만, 그것은 아름다운 게 아니라 오히려 추하다. 다들 이게 옳다고 하고 그렇게 사는 게 올바른 삶이라고 여기지만 그런 삶은 결코 옳은 게 아니다.
- 성인은 말하지 말고 행동으로 전하고 가르친다.
- 유와 무는 함께 있다. 어려움과 쉬움은 상대적으로 이루어지면, 길고 짧음은 서로 비교가 된 것이고, 높고 낮음은 상대적인 것이며, 음악과 소음은 서로 어울려 울리는 것이고, 앞과 뒤는 같이 붙어 다니는 것이다.
- 이름이 없으면 세상의 시작이요, 이름이 있으면 만물의 모태라.
- 바른말은 진실에 반대되는 것과 같다.
- 도의 움직임음 반대다.
- 사람들이 모두 좋다고 하는 것을 좋은 것으로 알면 이는 좋지 않다.
- 모름을 아는 것이 으뜸이고 모르는 것을 안다고 하는 게 병이다.
- 싸우지 않는 것이 참된 승리다.
- 세상은 인자하지 않다.
- 내가 나의 눈으로만 보면 절대 밝은 것을 볼 수가 없다. 내가 항상 옳다고 얘기하는 놈은 절대로 성대하게 될 수 없다. 내가 잘했다고 떠벌리는 순간 공은 없어진다. 내가 잘났어하는 자는 곧 우두머리에서 잘려버린다.
- 공이 이루어져도 그 이룬 공 위에 자리잡지 말라.
- 성인이 하는 정치는 그 마음은 텅 비우게 하고 그 배를 채워주며, 그 의지는 유약하게 해 주고, 그 뼈대를 강하게 한다. 항상 백성들로 하여금 무지무욕하게 하고, 저 지혜롭다는 자들로 하여금 감히 무엇을 하려고 하지 못하게 한다.
- 계속 채우려고 하는 것보다 멈추는 것이 더 낫다.
- 마음을 비우면 배가 부르고, 뜻을 약하게 하면 뼈대가 강해진다.
- 똑똑한 사람을 높이 하지 마라. 안다고 하는 자들이 감히 무슨 행위를 하지 못하게 하라.
-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
- 내가 자연을 가만히 지켜보니 물의 존재방식이 거의 도에 가깝다. 왜냐하면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고, 다투지 않고, 사람들이 싫어하는 곳에도 기꺼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 사람들이 싫어하는 곳에 기꺼이 처하라.
- 믿음직한 말은 아름답지 않고, 아름다운 말은 미덥지 않다.
한번 봐서는 느낌이 안 올 것이다. 이용찬 님처럼 평소에 여러 번 읽으면서 문제가 생길 때마 들여다보면 힌트를 발견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