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난 글에서 미즈노 남보쿠의 <소식주의자>에 대해 썼다. 그 책의 핵심은 '성공하기 위해서는 배불리 먹지 말라'라는 것이다. 배불리 먹지 말라는 건 단지 음식의 문제가 아니라 '절제'를 다르게 표현한 것이다. 즉, 절제해야 성공한다는 말!
나는 음식을 적게 먹는 것 말고도 또 다른 절제의 방법을 <절제의 성공학>에서 찾았다. 그것은 바로...
'일찍 일어나기'
너무 식상한 말이다. '아침형 인간'이나 '미라클 모닝'이라는 개념도 이미 널리 퍼져 있다. 하지만 남보쿠의 설명을 들어보며 결코 뻔하지 않다.
"해가 뜬 이후에 일어나는 사람은 아무리 관상이 좋아도 운명이 온전하게 돌아가지 못한다. 해가 솟아오를 때의 기운은 성공의 기운이며, 그 기운을 받지 못하면 온몸의 기가 제대로 돌지 못한다. 그래서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사람들은 건강이 좋지 못하다."
"아침에 태양의 기운을 받지 못하면 하늘로부터 받고 태어난 원기가 약해지고, 마음도 옳지 못한 곳에 머물게 된다. 아침에 일어나는 사람과 늦게 일어나는 사람의 정신상태 또한 같을 수 없다. 몸과 마음이 다 온전치 못하니 성공의 근처도 갈 수 없다."
"자연의 이치에 어긋나는 생활을 하면 자연은 응당한 대가를 돌려주는 법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태양의 기운을 받고 열심히 일하는 것이 운명을 개척하는 길이다. 성공할 운명을 갖고 태어났더라도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한다. 이것은 귀천을 막론하고 실행해야 한다. 늦잠을 삼가고 일찍 일어나 직업에 전념하는 것이 곧 성공의 길이다."
성공하기 쉽지 않다는 건 누구나 경험해 봐서 알 것이다. 그런데 이 세상이 나를 성공하게끔 도와주고 있고, 이 세상의 도움을 받으려면 일찍 일어나기만 하면 된다고 한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이 세상이 주는 성공의 기운을 공짜로 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너무나 멋지지 않은가! 공짜로 성공을 도와준다는데 이걸 안 받고 있다니!
왜 일찍 일어나면 성공의 기운을 받을 수 있을까? 아침에 실제로 기운이라는 게 있는 걸까? 내 생각은 이렇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려면 일찍 자야 한다. 일찍 자려면 저녁밥을 일찍 먹고 속을 비워야 한다. 그러려면 저녁에 술을 마시거나 늦게까지 놀거나 SNS를 하거나 드라마를 보는 등의 헛짓거리도 하면 안 된다. 그러려면 저녁 전에 웬만한 일과를 맞춰야 한다. 그러려면 시간 관리를 잘해야 한다. 시간 관리를 잘하려면 일의 우선순위를 알고 집중력 있게 일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일찍 일어나는 행위 하나를 위해서는 그 전에 일상의 많은 영역에서 절제가 이뤄져야 한다. 일찍 일어나는 건 단순하지 않다. 일상의 모든 영역에서 통제와 규율이 잡혀 있어야 일찍 일어나는 게 가능하다. 통제와 규율이 잡혀 있다는 건 결국 평소에 열심히 산다는 말이고, 열심히 살면 누구보다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
남보쿠가 '해가 솟아오를 때의 기운', '태양의 기운', '자연의 이치' 같은 표현을 쓴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통제와 규율, 절제를 꾸준히 지키는 게 쉽지 않으니 동기부여 해주려고 한 말은 아닐까 한다.
여기서의 동기부여는 요즘처럼 열심히 하지 않는 사람에게 필요한 도파민성 동기부여가 아니다. 이미 열심히 사는 사람에게는 그런 게 필요 없다. 현실을 뛰어넘을 수 있는 초월적인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그게 바로 자연의 이치, 운명, 태양의 기운 같은 것이 아닐까.
눈에 보이지 않으니 증명할 수 없다. 태양의 기운이 감각으로 느껴지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열심히 살아도 길이 보이지 않을 때 세상이 도와주고 있다고 믿으면 계속 힘을 낼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여기에 일찍 일어나기의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일찍 일어나는 것 자체는 의미가 없다. 잠을 똑같은 시간 자면 어차피 일하는 시간을 똑같다. 다만 일찍 일어나려면 앞에 쓴 것처럼 절제의 태도를 평소에 실천하고 있어야 한다. 이것이 성공을 가르는 길이고 가난한 운명을 뒤집는 방법일 것이다.
현실에서 할 수 있는 노력이란 노력은 다 하고 사는 사람이라면, 이제 필요한 건 하늘의 도움뿐이다. 이런 사람은 하늘의 도움 외에 필요한 것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 남보쿠가 태양의 기운 비현실적인 말을 언급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모두 한 뒤에는 하늘의 뜻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라고 했다. 그저 쉽고 빠르게 성공하려고 기도하거나 부적을 가지고 다니는 짓은 아무 의미가 없다. 오히려 이런 것에 기대면 노력하지 않겠다는 다짐만 계속하게 된다. 평소에 절제하면 통제하고 규율을 지키는 게 기도나 부적을 가지고 있는 것보다 더 효과가 좋을 것이다.
음식을 적게 먹는 것은 식욕을 통제하는 절제이다. 일찍 일어나기는 수면욕을 통제하는 절제이다. 이 2가지는 인간의 강력한 본능 2가지를 통제해야 하는 무척 힘든 일이다. 그러니 평소에 2가지 본능을 통제할 정도로 열심히 살면 뭘하든 성공하지 않을까? 게다가 세상이 도와준다고 하니까!